2008년 09월 09일
끝까지 읽지 못한 비즈니스 명저 8 - 초베스트셀러 경제서 8권 벼락치기 특강
비즈니스맨의 책 읽기'는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요즘처럼 불안한 국내외 경기에 맞서서 아침에 출근해 저녁까지 바쁘게 근무하고 나면 입에서 단내가 나고, 신체의 배터리는 방전을 알리는 알람이 울릴 지경이다. 그렇다고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와 ‘최신경제지식’을 토해 내는 경제경영서를 무시할 수도 없다. 세상의 흐름에 적응하고 앞서가는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려면, 시간을 쪼개고 쪼개 잠들기 전까지 눈 비비며 그 책들을 읽어줘야만 한다.
하지만 필독서라고 알려진 세계적인 석학들의 책은 하나같이 왜 그리 두꺼운지! 권당 500쪽은 족히 넘어서 아무런 생각 없이 읽기만 해도 벅차다. 지인들의 집을 방문해도 큰맘 먹고 사놓고는 완독은커녕 절반도 읽지 못해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는 책들이 한두 권은 꼭 있다. 누군가 그 책 이야기를 하면 “응, 나도 그거 샀는데, 아직 못 읽었어.” 같은 대답만 하거나, 읽었어도 가뭄에 콩 나듯한 독서였기에 그 내용을 기억하기란 힘들다. 비즈니스맨이라면 누구나 경험했을 일이다. 여러분은 어떤가?
며칠 전 신문을 펴다가 깜짝 놀랐다. 내가 채 읽지 못한 비즈니스 명저들이 포함된 한 권의 책이 나왔다는 기사를 읽었기 때문인데, 그 내용을 자세히 보니 8권의 비즈니스 명저에 읽지 못한 세 권을 포함하여 내가 산 책이 여섯 권이나 들어 있었다. 부끄러운 한편 내용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우선 제목부터 명쾌했다. 시부이 마호의 <끝까지 읽지 못한 비즈니스 명저 8>, 원제는 <大人のたしなみビジネス理論一夜漬け講座, 2006 : 어른의 교양비즈니스이론 - 벼락치기 강좌>이다.
이 책은 전 세계에서 1,000만 부 이상 팔린 최고의 베스트셀러 8권, <NEXT SOCIETY>,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행동경제학>, <웹 진화론>, <저소득층 시장을 공략하라>, <블루오션전략>, <The Goal>, <부의 미래>를 한 권으로 묶은 것이다. 저자는 이 8권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의 경영을 생각하거나 사업을 구상할 때 꼭 알아야 할 내용들을 담고 있어, 직장인이라면 꼭 읽어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여 책을 만들게 되었다고 말한다.
이 책을 한마디로 소개한다면 ‘세계적인 경영 석학들의 명저 8권 리뷰 모음’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소개하는 책마다 저자를 간단하게 알리고, 책의 전체적인 개념과 핵심 내용을 해설했다. 사례는 쉽고 설명은 간결하다. 저자는 이 책을 쓰기 위해 ‘어려운 내용은 이해하기 쉽게, 이해하기 쉬운 내용은 보다 재미있게’라는 원칙을 세웠다는데, 과연 그 원칙이 무색하지 않았다.
세계적인 경영 구루 ‘피터 드러커’의 <NEXT SOCIETY>에서는 미래사회에 대한 정의를 ‘넥스트 소사이어티는 지식사회다. 지식이 중요한 자원이 되며, 지식근로자가 중심 인력이 된다.’라고 밝힌다. 이미 일어나고 있는 특징적 변화, 즉 인구 구조의 변화(출산율 저하), 노동력의 다양화(노령화, 비정규사원화와 업무의 아웃소싱), 제조업의 지위 변화(금융서비스업에 밀리는 제조업 등)가 큰 요인이 되어 넥스트 소사이어티가 형성된다고 말한다.
넥스트 소사이어티의 특징은 경계가 없고, 신분 상승이 자유로우며, 성공과 실패가 공존한다. 그 중심에 있는 지식근로자는 성별의 구애를 받지 않고, 전문 영역 내에서의 이동이 수월하며, 명령이 아닌 스스로의 의사결정에 의해 업무를 수행한다. 그리고 금전적인 안정보다 자신의 사회적 지위에 더 만족을 느끼고, 일을 곧 삶의 보람이라고 여긴다. 저자는 이런 지식사회에서 최고경영자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언제 명령하고 언제 파트너가 될지를 아는 것, 기업의 지배구조가 변하고 있음을 아는 것, 늘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하는 것, 다른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을 이해하고, 모두 함께 생산적으로 일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는 짐 콜린스의 대표적인 저서다. 그의 전작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이 위대한 기업이 계속해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을 설명했다면, 이 책은 미국의 여러 상장기업 중에서 비약적으로 발전한 기업을 선정하여 그들의 공통점인 ‘도약의 법칙’을 설명했다. 그것은 ‘관성바퀴(플라이휠 Fly-wheel)의 개념’으로 집약되는데, 저자는 그 개념의 핵심이 관성바퀴가 움직이기까지의 축적 단계와 가속도가 붙어 힘차게 회전하는 돌파단계에 있다고 말한다. 또한 그 도약의 과정이 ‘규율이 있는 인재를 모아, 규율 있는 사고방식을 가르쳐, 규율 있는 행동을 하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도약하는 기업에는 오직 회사만을 위해 야심을 품는 ‘단계5’의 경영자가 항상 있는데, 이들은 겸손과 신중함과 불굴의 정신을 지니고 있으며, 해야 할 일을 금욕적인 자세로 실행한다고 설명한다. 또한 도약하는 기업은 그들만의 ‘고슴도치 컨셉’이 있는데 이는 ‘고슴도치와 여우의 동화’에서 가져왔다고 한다. 경영의 기본인 선택과 집중에 있어서는 매우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인 작전을 펼 수 있는 고슴도치가, 자원이나 다른 힘을 불필요하게 분산시켜 결정적인 수준으로 경쟁력을 끌어올리지 못하는 여우보다 낫다는 뜻이다. 이들 도약한 기업의 전략은 세계 최고가 되는 것, 경제 엔진을 움직이는 것, 깊은 열정을 가지는 것이다. 이 전략 속에서 스스로 규율을 지키는 인재를 모아 철저히 고슴도치 컨셉에 의해, 일관된 시스템 속에서 규율 있는 행동을 취한다면, 어떤 기업이라도 ‘도약하는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책에 소개된 명저 중 백미는 바로 앨빈 토플러의 <부의 미래>일 것이다. 저자 스스로도 가장 어렵고 소화하기 힘들 것 같아 맨 나중에 읽었다고 고백한 책. 그러나 생각보다 무난하게 읽혔으며, 나중에 읽음으로써 오히려 앞서 읽은 책들까지 잘 이해할 수 있었다고 한다. 편하게 읽히면서도 심오하고 깊은 뜻을 지닌 앨빈 토플러의 글 속에서 그만의 해박한 지식과 통찰력을 만날 수 있는 책이다.
토플러 부부는 이 책의 ‘부’에 대해서 “부란 돈을 대신한 말은 아니다. 일반적으로는 그렇게 오해하는 일이 많지만 실제로 돈은 부를 상징하는 것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부의 원천은 욕구다. 어떠한 종류의 욕구라도 그것을 채워주는 것이 부다. 갈망을 해소해주는 것이 부다. 부는 광범위하게 정의하면 경제학에서 '효용'이라 부르는 무언가를 단독이나 공유의 형태로 소유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즉 어떤 형태의 만족을 주든지 혹은 어떤 형태의 만족을 주는 다른 형태의 부와 교환할 있는 것이다.”(p. 199)라고 말한다. 즉 돈으로 환산할 수 있는 것만이 부가 아니라, 사람들의 욕구를 채워주는 모든 것을 부라고 보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부가 전에 쓴 책 <제3의 물결>에서처럼 세 가지 물결을 타고 있으며, 현재 세계의 곳곳에서는 물결과 물결이 부딪히며 물보라가 솟아오르는 것처럼 물보라가 거세게 발생하고 있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가장 먼저 제3의 물결, 즉 지식사회로 나아가고 있으나 제2물결의 저항세력에 의해 저지당하는 미국, 1, 2, 3차 부의 물결이 혼재하여 이들의 충돌에 어떻게 대처해 나갈지를 놓고 고심 중인 중국, 그리고 그것을 걱정스럽게 지켜보는 세계의 시선들이 이를 말한다고 책은 전한다.
부의 제3의 물결을 일으키는 세 가지 요인은 시간과 공간, 그리고 지식이다. 그중에서 지식은 ‘정보를 모아 더 폭넓고 수준 높은 패턴을 만들어 그것을 다른 패턴과 연관 지은 것’을 말한다. 이 지식은 어떤 사람이 사용할 때 다른 사람이 쓸 수 없는 자산이나 자원인 ‘경합재’가 아니라, 여러 사람이 한꺼번에 쓸 수 있는 ‘비경합재’이다. 따라서 부의 제3의 물결의 자원이 지식이라면, 이는 희박한 자원에 의존하는 경제에서 지식이란 무궁무진한 자원을 발전시키는 경제로 변화함을 뜻하는 것이다.
제3의 물결의 부 중에서 비금전 경제에서 교환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사용하기 위해, 혹은 만족을 얻기 위해 물건이나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활동을 생산 소비활동이라 하며, 그와 같은 개인 혹은 집단을 프로슈머Prosumer라 한다. 이들의 활동은 가사노동, 자녀양육, 간호, 자원봉사등과 함께 DIY로 목제품을 만드는 일 등도 포함된다. 나아가 정보혁명을 뒷받침하는 프리웨어, 블로그, 위키피디아 등으로 정보를 교환하는 것도 생산 소비활동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생산 소비활동이 제3의 물결 속에서 금전 경제와 더불어 서로의 영역을 강화하면서 부를 창출해가고 있다. 이와 함께 지식자본이나 사회자본, 인적자본, 문화자본, 논리자본, 환경자본, 그리고 특히 월급을 받지 않는 생산소비자의 기여 등이 합쳐져서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것들이 자본이 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 같은 변화가 자본주의를 재조명해야 하는 시점에 이르게 되었다고 말한다.
이 밖에도 <행동경제학>, <웹 진화론>, <저소득층시장을 공략하라>, <블루오션 전략>, <The Goal> 등의 책에서 놓쳐서는 안 될 핵심 개념들이 나온다. 가치혁신, 전략 캔버스, 액션 프레임워크, 기업에 걸림돌이 되는 제약조건을 관리하는 5단계 시스템, 스루풋 회계, 손실회계성, 보유효과, 불평등 회피성과 간접적 상호성, 롱테일, API공개, BOP시장 등이 그것이다.
이 책 한 권을 읽는데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그래서 과연 내가 비즈니스 명저 8권의 내용을 훑은 것인가 하는 의심마저 들었다. 물론 저자의 역량에 의한 리뷰인 만큼, 이것으로 8권 모두를 소화했다고는 볼 수 없겠다. 또한 쉽게, 그리고 재미있게 설명하다보니 각 저자들의 박식한 지식과 풍부한 사례들은 생략되어 아쉬움도 없지 않다. 하지만 이 책의 의의는 최고의 비즈니스 명저들 속에 숨은 핵심적인 내용과 개념을 짚어준다는 데 있다. 이 기회에 아직 못다 읽은 책을 마저 읽어야겠다는 생각과, 알지 못했던 두 권의 책도 함께 읽어야겠다는 계기도 심어주었다.
어설픈 실용서 몇 권을 들고 시간과 열정을 허비하느니, 이 책 한 권을 제대로 소화한다면 시간과 비용 면에서 확실한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겠다. 지금껏 비즈니스 명저들을 사놓고 어려워서 읽기를 포기했거나, 시간이 부족해 읽지 못했다면 이 책을 꼼꼼히 읽어볼 것을 권한다. 또한 ‘제대로 만들어진 경제서 리뷰’라 해도 손색이 없는 만큼 각종 보고서나 리뷰를 써야 하는 이들에게는 좋은 매뉴얼이 될 거라 확신한다. 200여 페이지의 얇은 책이지만 여느 때와 다르게 뿌듯한 기분이 들게 하는 영양가 풍부한 책이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Richboy’ 님은?
거의 매일 리뷰를 쓰는 엠파스 북로거. 특히 책의 핵심을 짚어내고 정리하는 경제경영서 리뷰에 강하다. 인생의 모토가 '하기 싫은 일은 안 하는 자유인'이나, 리뷰 쓰기에선 누구보다도 뜨거운 열정을 보여주는 천상 북로거.
거의 매일 리뷰를 쓰는 엠파스 북로거. 특히 책의 핵심을 짚어내고 정리하는 경제경영서 리뷰에 강하다. 인생의 모토가 '하기 싫은 일은 안 하는 자유인'이나, 리뷰 쓰기에선 누구보다도 뜨거운 열정을 보여주는 천상 북로거.
# by | 2008/09/09 17:59 | 블로거, 책을 말하다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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